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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분석|Score Suite 가사 해석과 판소리 창법의 결합

🎶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분석: Score Suite 가사와 그 의미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는 K팝과 퇴마 세계관을 결합한 독특한 설정으로 전 세계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필자는 넷플릭스를 구독하진 않지만, 유튜브에 올라온 클립 영상들만으로도 등장인물과 노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1세대 헌터들의 메인 테마곡인 Score Suite이다. 이 곡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서, 극의 세계관과 메시지를 서정적으로 풀어낸 OST로, 짧은 분량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 원문 가사 (한글)
홀로 어둠을 밝히랴
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
🔍 가사 해석 및 서사 분석
Score Suite는 ‘노래’라는 매개를 통해 악을 정화하고 세상을 구하는 케이팝 헌터들의 서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단 네 줄의 가사 안에 절망, 연대, 의지, 치유라는 키워드가 응축되어 있으며, 이 모든 감정을 문체적으로도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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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어둠을 밝히랴
이 구절의 핵심은 바로 ~하랴 라는 종결어미이다. 이 표현은 일상적인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의 반문형 어미로, 주로 고전 문학이나 판소리, 시조 등에서 사용된다. ‘하랴’는 ‘하겠느냐’ 또는 ‘할 수 있겠느냐’는 뜻의 수사의문형 표현으로, 실제로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강조하는 문장 구조이다.
그리고 이 가사는 작품의 핵심 설정인 ‘혼문(魂門)’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반드시 팀의 조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정과 맞닿아 있다. 즉, ‘혼문’이라는 세계의 균열은 팀으로 이루어진 헌터들의 연대로만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한 줄의 가사로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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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래 부르리라
절망 속에서도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연대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부르리라’는 의지적 문어체 종결어미로, 단단한 결심을 강조한다. 이 곡에서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닌, 혼문을 정화하는 무기이자 상징적 행위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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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이 소리로
‘굳건한’이라는 형용사는 흔들림 없는 공동체의 단결된 힘을 상징하며, 이는 헌터들 각각의 능력이 아닌, 하모니와 집단의 에너지가 중심임을 암시한다. 곧, 음악은 이 작품 세계관 속에서 정서적 무기이자 집단의 방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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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고치리라
여기서 ‘고치리라’는 단순히 세상을 ‘바꾸겠다’가 아니라, 왜곡된 질서를 다시 제자리에 놓겠다는 회복의 선언이다. 혼문을 유지하는데 문화적 감화로서의 ‘정화’한다는게 이 곡의 철학이다.
이처럼 가사는 형식적으로는 고전 문어체를, 내용적으로는 케이팝 세계관의 핵심 주제인 정화·연대·저항을 품고 있다. 이는 단순 OST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Score Suite가 단편적 장면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서사를 요약하는 주제곡임을 보여준다.
🎙️ 판소리적 창법? Score Suite의 음악적 해석
더 주목할 점은 이 OST의 가창 스타일이다. 단순한 K팝 창법이 아니라, 마치 판소리나 서사민요의 운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느낌을 준다.
가사 첫 줄인 홀로 어둠을 밝히랴는 그 자체로 한(恨)이 서린 듯한 느낌을 주며, 마치 소리꾼이 ‘사설’을 읊듯이 절제된 강약 조절과 감정선을 보여준다. 전통 판소리의 진양조나 중모리 장단의 여백과 호흡이 떠오를 정도로, 곡은 서사적인 긴장감과 정서를 잃지 않는다.
즉, Score Suite는 K팝이라는 글로벌 장르 안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소리’를 섬세하게 이식한 대표적인 예시다.
이러한 창법이 인상이 깊었다면 다음과 같은 젊은 국악 기반 가수들도 추천해본다:
- 김율희 (악단광칠) – 민요와 록, 신스 등 현대 장르를 융합한 강렬한 보컬
- 서도밴드 – 판소리 기반 록밴드로 강한 정서와 음성의 직진성
- 이희문 – 남성 민요 창법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독창적 스타일
- 송소희 – 정통 소리 기반이며, 최근에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는 중. 개인적으로 여기서 제일 유명한 사람인 듯?
🌏 한국 정서와 글로벌 스토리텔링의 융합
Score Suite의 구조는 K팝의 멜로디와 EDM 스타일 안에 한국적인 정서, 특히 ‘소리’와 ‘서사’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OST가 아니라, 문화 서사를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 마무리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순히 음악과 액션이 결합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K팝을 통해 세상의 질서를 회복하고 치유하려는 문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Score Suite는 이러한 철학을 음악으로 구현한 첫 관문이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서사와 음악의 접점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사례다.
이처럼 OST를 단순 감상이 아닌 ‘해석’의 대상으로 접근해보면, 한국 콘텐츠의 깊이와 확장성을 더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