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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사에서 해고 피하는 법 | 성과로 증명하는 생존 노하우

외국계 미국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
외국계, 특히 미국 소속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 회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긴장감을 매일 마주하게 된다.
성과가 떨어지는 순간 ‘성과 면담’을 거쳐 해고로 이어지는 구조다. 아무리 한국이여도 이 절차를 밟게 된다면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다는 얘기다. 회사에서 돈 안준다는데 한국 법으로든 뭐든 따져봤자 뭐해 😭
실제로 입사 이후, 같이 일하던 팀원 중 일부가 성과 문제로 하루아침에 잘리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그럴 때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까?‘라는 불안이 엄습했다…
라고 하기엔 매년 버티는 데 성공한 건 또 사실이다. 그것도 탑 성과자로 찍혀서 오히려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오죽하면 나보다 연차·직급 높은 사람들보다 내가 더 신뢰도 있다며 CEO와 직접 미팅하는 횟수가 더 많을 정도다 ㅋㅋㅎㅋ…
이 글에서는 미국 본사 문화의 해고 구조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직접 써먹은 방법을 정리했다.
이걸 검색해서 들어온 분이라면, 특히 미국·유럽계 회사에 다니거나 이직 준비 중이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 미국 회사 해고 문화의 현실
미국 회사의 해고는 정리해고(Layoff) 와 성과 해고(Performance Termination) 로 나뉜다.
- 정리 해고: 회사 전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규모로 진행. 성과와 무관하게 팀 단위로 잘릴 수 있음.
- 성과 해고: 개인별 성과가 기준 이하일 때 진행. 연말 평가에서 ‘Below Expectations’를 받으면 그 다음 해는 거의 해고 수순.
한국 회사처럼 ‘정년 보장’ 개념이 없기 때문에, 회사는 비용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심지어 매니저도 “인력 교체는 자연스러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회사를 다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게 있는데, 바로 “해고를 당하면 바로 쫓아내냐”이다.
그렇다, 보통은 당일에 바로 해고 통보받고 짐을 뺀다. 우리 회사는 나름 착한 편이라 알아서 짐 싸고 나가라고 하는데, 대기업같은 경우에는 회사 문조차 입장 못하게 해놓고 알아서 물건 건네준다고 하더라…
📊 미국 회사의 성과 평가 방식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니는 미국 회사는 연 2회(6월, 12월) 다단계 평가를 통해 성과를 매긴다.
평가 시즌이 되면 1차로 익명의 동료 평가와 매니저 평가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성과 면담(Performance Improvement Plan, PIP)으로 넘어가고, 여기서도 개선이 안 되면 바로 해고로 이어진다.
1. 매니저 평가
-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역할이었는지 전반적으로 평가
- 기본적인 하드 스킬부터 문제 해결 능력, 대인관계, 팀워크, 자기 개발 등 소프트 스킬까지 포함해서 다 본다.
- 단순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끌었는지도 본다.
2. 동료 평가(익명)
-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서술
- 팀 기여도, 협업 태도, 커뮤니케이션 능력 평가
- 익명성 때문에 솔직한 피드백이 많이 나온다.
이렇게 모인 평가가 종합돼 점수가 낮으면 PIP로 직행하는데, 여기서 살아남는 건 쉽지 않다. 한마디로 매년 ‘동료와 상사에게 동시에 인정받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다.
🧠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
1. 가시성(Visibility) 확보
미국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 잘하는 걸 잘 보여주는 사람이 오래간다.
-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팀 미팅에서 자주 공유
- 특히 매니저 및 C레벨 계열의 사람들이 미팅에 들어온다면 한 마디라도 더하려고 노력한다. 아무말 안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 아이디어가 너무 없을 때는 인공지능한테 질문거리좀 만들어보라고 얘기한다. 은근 도움이 된다.
- 매니저가 나를 ‘팀의 필수 인원’이라고 인식하게 만들기
- 나같은 경우에는, 매니저가 미처 챙기지 못한 정보들까지 전부 정리해서 필요할 때마다 보내주고 있다. 즉 매니저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리법은 바로 아래에 나와있는 기록 파트를 참고할 것
- 슬랙·메일 등에서 자신이 한 작업을 구체적으로 기록: 가시성 확보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
- 매니저 및 C레벨 사람들은 모든 미팅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항상 나를 의식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남겨두는 편이다. 그래야 ‘얘가 여러 사람들 중에서 저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를 인식시킬 수 있다.
- 특히 메시지를 보낼 때, 항상 매니저를 CC해서 태그해놓는다. 그래야 매니저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나를 어필하는데 더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업무 관련 기록은, 슬랙 개인 DM이나 Google Calendar 등을 이용해서 남겨두는 편이다. 자신에게 맞는 툴을 사용해서 보기 쉽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예) 날짜 기록이 중요한 항목은 Google Calendar의 Task를 이용: 2025년 8월 5일에 stage환경에 배포 진행
- 예) 업무/기술 관련은 Notion이나 Confluence 이용: 각 환경 별 관리자 아이디/비밀번호 공유
2. 성과를 수치화
성과는 감각이 아니라 증거로 남겨야 한다. 미국 회사는 “잘했다”라는 말보다, “몇 % 개선했다”라는 숫자에 더 설득된다.
- 측정 가능한 KPI 설정: 프로젝트 시작 전에 목표 수치를 정하고 완료 시 비교
- 예) “페이지 로딩 속도 3.2초 → 1.8초로 단축”
- 예) “버그 리포트 건수 30% 감소”
- 개발자라면 GitHub 데이터 활용
- 연간 PR 생성·리뷰 건수, 코드 라인 수 변화 등
- 코드 리뷰에서 팀원 피드백 반영률
- 마케팅/운영 직군이라면 전환율·리드 수·매출 기여도 활용
- 연말 OKR 리뷰 때 이런 수치를 표나 차트로 보여주면, 숫자가 매니저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3. 매니저와 관계 관리
미국 회사에서 매니저는 내 성과와 인사권의 70%를 쥐고 있다. 좋은 관계는 곧 생존권이다.
- 정기 1:1 미팅 활용
- 진행 상황뿐 아니라, 내가 직면한 문제·장애물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까지 제시
- 단순 보고보다 “문제 → 분석 → 해결책” 구조로 전달
- 매니저를 내 편으로 만들기
- 내가 팀이나 매니저를 위해 한 ‘추가적인 기여’를 어필
- 예) 팀원이 휴가일 때 급히 이슈 해결, 다른 부서 요청 신속 처리 등
- 투명성 유지
- 나쁜 소식일수록 빨리 공유: 이게 신뢰 포인트가 된다. 미루다가 일이 커지면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개발 외적인 커뮤니케이션
- 성과 외에도 회사 문화·목표에 공감하는 모습 보여주기
4. 팀 내 대체 불가능 포지션 확보
미국 회사는 “없어도 되는 사람”을 제일 먼저 자른다. 반대로 “이 사람 없으면 팀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해고 대상에서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 전문성 강화: 특정 기술 스택, 데이터베이스, 내부 툴 등 팀에서 나만 다룰 수 있는 영역 확보
- 핵심 프로젝트 참여: 신규 프로젝트가 열리면 먼저 지원해 ‘초기 멤버’ 타이틀 확보
- 문제 해결사 역할: 긴급 장애나 복잡한 고객 이슈 때 해결을 주도하면 신뢰도 급상승
- 문서화와 지식 공유: 내가 만든 노하우를 문서로 남겨 팀원들이 의존하게 만들기
- 나는 주로 여기에 포커스를 잡아서 진행하고 있다. 위 포지션도 모두 갖고 있긴 하지만 이것들은 어필하기엔 때를 기다려야하는, 일종의 복불복이기 때문이다.
- 사람들이 은근 자잘한 정보는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이 정보까지 챙긴다면 팀 내 불가능한 포지션을 확보하기 보다 쉽다.
🔍 해고 조짐 감지법
미국 회사에서 해고는 보통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만, 그 전에 미묘한 신호들이 있다. 이 신호를 빨리 감지하면, 최소한 대응할 시간은 벌 수 있다.
- 주요 회의에서 빠지기 시작한다
- 중요한 의사결정 미팅이나 고객 관련 회의에서 이름이 빠진다.
- 이유를 묻기 어려운 분위기일 때가 많다.
- 프로젝트 비중이 줄고, 단순 업무만 맡게 된다
- 장기적인 핵심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고, 문서 정리·단순 유지보수 같은 업무로 밀린다.
- 매니저 피드백이 모호하거나 부정적 어조로 바뀐다
- 예전엔 구체적인 칭찬이나 피드백을 하던 매니저가, “음, 괜찮아”처럼 애매한 말만 한다.
- 또는 사소한 실수도 크게 지적한다.
- HR(인사팀)과의 미팅이 갑자기 잡힌다 (가장 위험)
- HR이 갑자기 캘린더에 시간을 잡았다면, 거의 80%는 안 좋은 이야기다.
- 특히 매니저 없이 HR만 참석하는 미팅이라면, 사실상 해고 통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신호가 보이면 이미 위험 구간에 들어선 것이므로, 즉시 성과 기록을 정리하고 네트워킹·이직 준비를 병행하는 게 안전하다.
💡 해고 이후 리커버리 전략
미국 회사에서 한 번 잘렸다고 커리어가 끝나는 건 아니다. 업계 특성상 이직은 매우 흔하고, 경력 단절보다 ‘다시 시장에 나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 LinkedIn 네트워킹 강화
- 전 동료, 업계 지인에게 근황을 공유하고 새로운 기회를 탐색
- 이직 시기는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
- 레퍼런스 관리
- 이전 매니저, 동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두면 다음 회사 지원 시 큰 힘이 된다.
- 가능하면 해고 전 미리 ‘추천인’ 동의를 받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 스킬 업그레이드
- 새로운 툴·기술을 학습해 이력서에 반영
- 짧은 공백 기간이라도 “이 시기에 무엇을 배웠다”라고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마무리하며
미국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성과를 내는 것 이상으로 성과를 잘 보여주는 것이 필수다.
성과가 곧 생존인 환경에서, 단순히 열심히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나는 팀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다” 라는 인식을 매니저와 동료에게 심어주는 것, 그게 최고의 생존 전략이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떠나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이왕 힘들게 들어온 자리라면, 끝까지 버티고 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길 바란다.